쓰레기 줍기 캠페인. 플로깅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실내에만 있던 사람들이 야외로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들에는 덩달아 쓰레기가 쏟아져나온다. 이런 중에 별다른 작업복 없이 곳곳에 널부러진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한다.
‘플로깅’은 스웨덴어의 ‘이삭을 줍다’를 뜻하는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이 합쳐진 단어로 스웨덴에서 2016년에 처음 시작했으며,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육활동과 자연보호활동이 합쳐진 환경 활동이다. 초기에는 북유럽의 나라 위주로 시행되었으며 점차 다른 나라들까지 퍼져 이제는 국내를 포함해 많은 나라들에서 실행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플로깅의 요점은 걷기와 쓰레기 줍기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주워야’ 더 운동의 효과가 있는지 역시 중요하다. 쓰레기를 줍는 자세가 스쿼트와 같은 운동과 비슷하여 일반적인 걷기보다 같은 시간 최대 50칼로리가 더 소비된다고 하니 운동도 하고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활동도 ‘트렌드’다.
기업에서도 최근 플로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은행’에서는 플로깅을 위한 키트를 개발해 마스크, 항균비누, 생분해성 비닐봉지를 지급했으며 ‘곰표’ 에서는 정상에 도착하여 포대를 반납하고, 플로깅하우스에 있는 곰표 굿즈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시행하기도 했다.
SNS에서도 플로깅 활동을 인증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플로깅, #쓰레기줍기 등의 해시태그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플로깅은 하나의 유행처럼 전 세대에 번지고 있다.


풀로긩(풀 + Log-in)
부산의 플로깅 모임 중 하나인 ‘풀로긩’은 풀과 Log-in을 합침 단어로 자연 속에서 자연과 건강을 함께 지키자는 의미를 담아 만들게 되었다. 현재에는 약 20명의 회원들이 부산 전역의 산과 바다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풀로긩 회원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강민지 씨(가명)는 어느 여름 폭우를 보며 이러다 온 지구가 물에 다 잠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일상 패턴을 바꿔야 하는 채식이나 제로 웨이스트는 부담스러웠고, 때문에 가볍게 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활동을 찾다 플로깅 활동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건강한 취미활동을 위해 시작했다는 회원도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회원도 있었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한 활동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이다. 결국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플로깅 활동이 오로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비나 눈, 더 위와 추위 등 날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가끔 아무리 주워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있는 쓰레기를 마주하면 무력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로긩 회원들은 부산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가본 적 없는 곳을 갈 수도 있고, 산을 오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워한다. 게다가 본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나온 거리가 깨끗해진 모습을 볼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플로깅 활동. 단순히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란다.
*이 기사는 클로저 1호 42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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